태권도·동해병기 법안 캠페인 교훈 삼고
분명한 명분 갖고 정치적 공감대 형성해야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미주 한인사회 정치 역학에 변화를 주고 모멘텀을 마련해준 이슈들과 관련해 동해병기법안, 태권도장의 방과후 프로그램 허용법안을 언급했다. 모두 버지니아 주의회에서 통과된 법안들이다.
두 사안은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 외에도 반드시 참고해야 할 교훈들을 많이 남겼다. 한인사회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 방식에 있어서, 그리고 의원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로비 방식에 있어서 그렇다.
우선 평범한 이들이 주도했다는 점이다. 동해병기법안 캠페인을 이끈 피터 김(미주한인의목소리 회장)은 법률회사에 다니고 있고, 태권도법안 통과의 주역은 조병곤 태권도 사범이다. 한인사회에 얼굴을 자주 내미는 인사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뜻이 있고 또 명분이 분명하다면 넘지 못할 산이 없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버지니아주에서 통과돼 지역적인 이슈일 것이라는 착각과 달리 전국적인 중요성을 띠었다는 점에서도 두 법안은 비슷한 점이 있다. 동해병기가 된 교과서는 버지니아를 비롯한 주변 7개주 공립교들도 함께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 자연스럽게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태권도법 역시 버지니아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태권도장 데이케어 허용법안이기 때문에 타주에서 비슷한 논란이 있을 시 하나의 ‘케이스’로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로컬’이 곧 ‘내셔널’이라는 이론은 여기서도 증명됐다.
두 법안의 캠페인과 로비 방식에 있어서 주목해야 할것이 또 하나가 있다. 만일 태권도법안 캠페인을 벌이면서 ‘전국 태권도인들이여 단결하라’는 식으로 떠벌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각종 언론을 타고 캠페인 당사자들은 유명해졌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흐지부지 됐을 공산이 크다. 조 관장은 평소 좋은 관계를 맺었던 지역 의원들을 집중 공략하는 방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해갔고, 피터 김은 초기에는 지역 교육 관계자, 백악관 및 연방 교육 관계자 등과 수많은 접촉을 가지며 물밑 작업을 벌였다. 로비는 유명 정치인과 얼마나 자주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요구’를 할 줄 알고 뜻을 관철시킬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뚝심이 필요함을 두 캠페인은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한인사회가 보여준 단결력이다. 캠페인 초기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최종 관문을 넘어야할 때는 힘을 모았다. 태권도법안 때문에 지역 태권도인들이 하나가 됐고, 동해병기는 워싱턴 한인사회 전체를 일시적으로나마 묶는 계기가 됐다.
밥 맥도넬 전 버지니아 주지사는 태권도법안을 서명하면서 “행동하는 한인들이 합리적인 방법으로 기존의 법을 수정해줄 것을 요구해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한인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칭찬했다.
한 시민은 별로 힘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뜻과 의지를 가진 시민은 다르다. 만일 그것이 미주 한인사회 전체를 위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거기에 한인사회 전체가 한마음이 되어주고 응원을 해준다면 넘지 못할 산은 없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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